적국의 도발을 억제하는 미국의 전략적 거점

북한이 각종 도발을 감행할 때마다 '괌'에서 한반도로 미군 전략폭격기가 출격하여 추가 도발을 억제하는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은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부터 하나의 패턴이었다.


B-1B 랜서 폭격기



이들 폭격기는 모두 이륙한 지 수시간만에 한반도 상공에 나타나 대북 군사적 압박의 첨병으로 활동했는데, 미군 폭격기가 수시간만에 한반도로 날아올 수 있었던 것은 괌이 한국에서 3000km, 북한에서는 약 4000km 떨어져 있어 미 본토보다 훨씬 가깝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괌은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및 중국 본토와도 가까워 이곳에 전략무기를 배치하면 북한과 중국의 움직임을 쉽게 견제할 수 있다. 이에 중국은 남중국해 <파라셀군도>, <스프래틀리 군도>에 암초를 매립해 군용 비행장과 레이더 기지를 설치한데 이어 2012년 필리핀과 대치한 끝에 실효지배에 나선 <스카보러 암초> 매립을 시도하고 있다.



스카버러 암초에 활주로를 갖춘 기지를 건설하면 중국 공군의 활동 범위가 1000㎞까지 늘어날 수 있고, 조기경보레이더 기지를 지을 경우 괌이 감시 범위에 들어간다.



이처럼 한반도와 남중국해, 동남아 사태를 모두 대응할 수 있는 괌의 지정학적 특성은 역사적으로도 증명이 됐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대 초반, 일본을 공습했던 'B-29 폭격기'가 괌 공군기지에서 발진했고, 당시 이곳의 사령관 '로이 앤더슨' 준장의 이름에서 유래한 괌 '앤더슨 기지'는 6.25전쟁 당시 군수물자 수송 기지로 쓰였다.


앤더슨 공군기지


또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5년부터 1973년까지는 월맹군과 베트콩의 병참선을 폭격한 B-52 폭격기의 발진기지로 활용됐다.


현재 괌에는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이 대량으로 비축되어 있고, 글로벌호크 고고도 무인정찰기와 각종 전투기를 비롯해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가 앤더슨 기지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F-22 스텔스 전투기의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대북 선제공격의 핵심 기지로도 평가된다.



전략폭격기가 괌 주둔 공군력을 상징한다면 핵추진 잠수함은 괌에서의 미 해군력을 대표한다.


괌의 '아프라 해군기지'에는 미 해군의 '공격원잠(어뢰관만 있는 소형 핵잠수함)'들이 머물고 있으며, 이들은 남중국해와 한반도 근해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해저에서 비밀작전을 수행한다. 이 기지에는 유사시 미 핵 항모의 기항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라 해군기지


이 밖에도 괌 북부의 '아마딜로 사이트'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개 포대가 배치되어 있으며, 2022년부터는 일본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 5000명과 그 가족 등 1300여 명이 괌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괌에 사드를 배치한 것도 북한의 미사일에 위협을 느끼는 괌 주민들과 군사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동북아의 불안한 정세 속에 관광지로 유명한 괌이 동아시아 주둔 미군의 핵심 전략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괌은 한반도와 중국 본토, 남중국해와 가까운 미국의 자치령인 만큼 일본 오키나와 주일 미군 기지처럼 타국과의 협상을 하지 않아도 군사력의 출동과 기지 증설이 가능하다. 또 주일미군 기지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소음과 범죄 등 각종 민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고, 일본 주민들에게 지급해야 할 피해 배상금과 법적 소송 등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지구 면적의 50%를 관할하는 미 태평양 사령부의 군사적 부담을 덜어주는 지정학적 이점도 있다. 하와이나 미국 서해안에서 함대나 전투기가 동아시아 지역으로 출격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괌에서는 몇 시간에 불과해 '거리에 따른 장애'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괌의 군사기지화는 필리핀의 태도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전임자에 비해 중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자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는 '항행의 자유'작전을 펼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필리핀 기지는 중국 견제 작전을 수행하는 미군 함정과 정찰기를 지원하는 전투기, 함정 등을 사전에 배치할 수 있는 요충지다. 이러한 중요성을 갖고 있는 필리핀 기지를 잃을 경우 그 기능은 대부분 괌이 떠맡아야 한다.


지난해 북한이 시험발사를 통해 성능 검증을 마친 '화성-12형'은 최대 사거리 5천㎞로 추정되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미국 영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게 된 북한은 괌 포위 사격 위협에 이어 화성 12형의 실전 배치를 선언하면서 이곳 '괌'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더욱더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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