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개발 30년 만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장갑차
장갑차의 정의는 사실 차체 위에 장갑이 덧씌워진 모든 종류의 차량을 총칭하는 것이다.
장갑차는 '작전적 기동성'과 '전술적 공세 능력', 그리고 방어 능력을 겸비한 차량으로, 통상적으로는 보병을 전장 지역까지 안전하게 수송하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삼지만 최근에는 보병에 대한 화력 지원과 '소형 전차'의 임무까지 수행하게 됐다.
현재 우수한 성능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장갑차로는 미국의 M2A3 브래들리, 독일의 푸마, 스웨덴의 CV-90, 러시아의 BMP-3, 스위스의 피라니아 V, 영국의 워리어, 한국의 K-21 등을 꼽는다.
미국의 M2A3 브래들리
독일의 푸마
한국의 K-21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운용된 장갑차는 6·25전쟁 후 미국에게 원조 받았던 'M3A1 반궤도식 장갑차'였다. 이후 베트남 전쟁 시기에 미군에게 'M113A1 장궤식 장갑차'도 공여 받았지만, 1.21 청와대 습격사건과 울진, 삼척 사건 등을 통해 후방지역으로 침투하는 적 특작부대를 상대하는 도심지 전투용 장갑차 소요가 제기되면서 이탈리아 '피아트(Fiat)'의 '6614 장갑차'를 면허생산 형태로 도입했다.
M113A1 장궤식 장갑차
당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6614 장갑차의 국내 명칭인 'KM-900'을 생산하면서 쌓이게 된 기술로 장갑차의 순수 독자 개발을 시도했지만, 이 또한 1980년대 대 간첩작전의 교리 변화로 인해 소량만 생산된 뒤 양산이 중단됐다.
KM-900
하지만 앞서 공여 받은 M113A1이 도태함에 따라 결국에는 대체 장갑차 소요가 발생했고, 이번엔 국내 순수 개발로 가닥을 잡으면서 대우정공과 국방과학연구소가 주도하는 '두꺼비 사업'이 시작됐다.
M113A1의 개발사인 FMC는 이러한 소식을 접하고 파격적인 M113 가격 인하를 타진해왔지만 정부는 국내 개발 진행으로 가닥을 잡았고, 그 덕에 최초의 국산 보병전투차인 K-200이 탄생했다.
K-200
1984년부터 실전 배치가 된 K-200은 갑자기 말레이시아가 보스니아 내전에 평화 유지군을 파병하면서 긴급 구매를 타진해 와 국군 물량으로 양산 중이던 것을 미리 인도하는 방식으로 계약해 최초의 장갑차 수출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K-200 이후 한국에 도입된 장갑차는 다소 엉뚱하게도 러시아제였는데, 이는 통칭 '불곰사업'으로 불리는 한-러 군사기술 협력 사업의 일환이었다. 노태우 정권 시절 대북 압력용으로 소련에 제공한 차관의 이자를 무기와 기술로 돌려받게 된 이 사업을 통해 국군은 'BMP-3 장갑차'를 도입하게 됐다.
BMP-3 장갑차
이 장갑차는 특히 보병 전투보다는 기갑 전력에 대한 화력 지원 임무 쪽에 더 특화되어 있었는데, BMP-3를 통해 군은 공산권 무기에 대한 실제 성능 및 기술 수준을 알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또한 국군은 1999년부터 K-200의 대체 차량인 'K-21' 개발을 시작했는데, 마침 BMP-3의 국내 도입이 이루어지면서 이 차량을 가상의 적으로 상정해 K-21의 스펙도 전체적으로 상승하게 됐다.
이렇게 탄생한 K-21은 최첨단 장갑차에 걸맞는 성능을 자랑하며 단숨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등극한다.
※ 보병전투장갑차 K-21 제원
폭 3.4 m / 길이 : 6.9 m / 높이 2.6 m
엔진 : D2840LXE 디젤 750 마력(hp)
무장 : 40mm 기관포 / 7.62mm 기관총 / 50구경 기관총 / 대전차 유도무기
속도 : 70 km/h
중량 : 25 톤
장갑 : 강철구조물과 고강도 합금구조물, 복합장갑
방어수단 : 연막탄 발사기, 화생방 방호장치
지상전술 : C4I(지휘통제 자동화체계)
보병 탑승인원 : 9명
한편 개발이 완료된 K-21은 2007년경 도하 훈련 중 침몰 사고가 발생해 승무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후 제조사는 장갑차의 개선 작업을 실시한 후 2009년 11월부터 양산을 재개했으며 실전 배치도 이루어졌다.
불운하게도 초반에 인명 피해가 포함된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결함 장갑차'의 오명을 쓴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에 들어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은 K-21은 세계 각국에서 관심이 높은 대한민국의 최신형 장갑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