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보다 더 많은 인명을 살상한 무기 AK-47

AK-47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구소련의 평범한 군인이었던 28세의 청년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개발했다. 독일군과 치열한 전투가 거듭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칼라시니코프는 자동화되지 않은 개인화기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잔고장이 적고,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자동소총을 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949년부터 소련군의 정식 제식 소총으로 사용된 AK-47의 가장 큰 장점은 견고함과 단순함이다. 값싸고 튼튼하며 모래나 먼지가 들어가더라도 쉽게 제거한 후 사격을 재개할 수 있다.


간단한 작동원리만 익히면 어린아이나 문맹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악천후에서도 정상 작동한다. 분해 조립 절차도 간편해 지적 수준이 낮은 사람도 야전정비가 가능하다. 반면 화력은 서방측의 자동소총에 밀리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은 값싸고 성능 좋은 AK-47을 정치적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했다.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위성국가들과 사회주의를 선언한 중국, 미국과 전쟁을 벌인 베트남,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인 아랍 국가들, 아프리카의 반군 조직과 좌파 테러조직에 이르기까지 AK-47을 지원받지 않은 곳이 없었다.


AK-47 소총은 구소련에서 1947년 개발돼 전 세계에 1억정 이상이 퍼져있는, 분쟁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


그리고 냉전체제가 종식된 1990년대부터는 미국과 소련의 신흥국가에 대한 영향력 확대가 무의미 해지자 이들 국가에 대한 지원이 끊어졌고, 신흥국가 정부들은 급속히 붕괴됐다. 정부가 사라지면서 월급을 받지 못한 군인들은 창고에 쌓여있던 AK-47을 암시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했고, 치안 부재 상태에 두려움을 느낀 국민들은 무기고를 습격해 무장했다.


전 국민의 대부분이 AK-47을 휴대하게 되자 소말리아, 모잠비크, 예멘, 라이베리아, 르완다 등에서 잔혹한 학살과 반인권적 행위를 수반한 내전이 일어났다.


특히 국제사회가 엄격히 금지하는 소년병 강제징집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피해가 급증했다.



간단한 교육만으로도 AK-47을 다룰 수 있다 보니 소년들을 전쟁에 동원하는 게 용이해진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전쟁에서 죽는 10명 중 9명은 소총이나 권총에 의해 죽어... 핵미사일은 '사일로(미사일의 지하 격납고)' 안에 가만히 있지... 네가 파는 AK-47 소총이야말로 진짜 대량 살상 무기야..."

-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 中에서



이러한 AK-47을 살포하다시피 뿌린 국가들 중에는 북한도 포함된다.

외교부가 2012년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북한은 1966년부터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 정규군과 게릴라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여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1981년부터 북한에서 훈련받은 인원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미얀마, 짐바브웨, 탄자니아 등 40개국 6100여 명에 달했다.


북한은 1960년대 후반부터 북베트남, 이집트, 예멘, 캄보디아 등에 자동소총 등 무기를 무상 공급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파키스탄, 시리아, 리비아, 이집트 등 28개국으로 지원 대상을 대폭 늘렸다.


이렇듯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에 무기를 살포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북한 무기가 등장한다.

현재 이슬람국가(IS)가 사용하는 자동소총 중 상당수가 북한이 만든 AK-47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 무기는 냉전 시절 중동 국가 정부군에 판매 혹은 지원된 소총이 내전 과정에서 반군에 넘어가거나 암시장에서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의 AK-47 소총은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제보다 20% 이상 가격이 낮고 고장이 적으며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한제 무기를 정식으로 구매하는 국가는 없다.



냉전 시기 북한은 62개 나라와 단체에 무기를 판매했다. 하지만 2006년 이후에는 시리아, 이란, 미얀마, 민주콩고, 우간다 등 10여 개국으로 줄었다. 계속해서 무기 판매의 판로가 막히자 북한은 구매자 신원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정부 대신 무장세력이 새로운 고객으로 등장했다.


지난 1월, 이스라엘 군사전문 매체 '데브카파일'은 "북한의 대전차 미사일 '불새-2'가 가자지구 내 하마스 손에 들어갔다." 보도했고,


북한의 대전차 미사일 불새2


지난 2월에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인민저항위원회(PRC)가 북한에서 대전차 미사일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란, 수단, 이집트를 통해 운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북한의 묻지마 식 무기 판매는 무장세력들이 유혈사태를 악화시키는데 필요한 장비들을 확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면서 분쟁 종식과 테러리즘 제거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



무장세력에게 무기를 판매하고 받은 외화는 핵과 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과 무장세력의 무기 거래를 차단하는 것이 단순한 대북 제재 이행 차원이 아닌 테러리즘 소탕을 위한 국제적 협력 이슈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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