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걸린다는 DMZ 내 지뢰 제거 방법은?

'비무장지대(DMZ)'는 6.25 전쟁이 탄생시킨 20세기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역설적인 공간이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남북으로 2km씩 후퇴하고, 그 사이의 공간인 DMZ에는 중화기 반입이나 군대 주둔을 금지했다. 하지만 비무장지대는 중무장 지대라 불러야 할 정도로 온갖 종류의 무기가 집중 배치된 '한반도의 화약고'로 변한 지 오래다.




그중에서도 '지뢰'는 한반도의 화약고인 비무장지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무기다.

비무장지대에는 지뢰가 100만여 개 이상 매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북한 군대가 6.25 전쟁 이후 60여 년 동안 대치하면서 비무장지대에 지뢰를 매설한 결과다.



그러나 '4.27 판문점 선언'과 얼마 전에 있었던 '평양 선언' 직후 남북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군사적 대치 국면이 해소되면 DMZ를 실질적 의미의 DMZ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DMZ 지뢰제거가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DMZ는 남북한 군이 매설한 100만여 발의 지뢰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우리 군이 매설한 지뢰는 「M-14, M-16 대인지뢰, M-15 대전차지뢰」다. 이 중에 'M-14'는 신관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플라스틱으로 구성됐다. 크기도 작고 무게도 100g에 불과할 정도로 가볍다.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탐지도 쉽지 않다.


M-14 대인 지뢰


북한은 「목함(PMD-57), 수지재(PMN), 강구(BBM-82)지뢰, ATM-72, ALM-82 대전차지뢰 등을 사용한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목함지뢰는 탐지가 어려운 비금속 지뢰다.


2015년 8월, 북한군은 목함지뢰를 DMZ로 통하는 문에 설치해 우리 군 장병 2명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2010년 7월, 경기도 연천에서 주민 2명이 장마로 인해 떠내려온 북한 목함지뢰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지뢰가 폭발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때부터 수년간 합동참모본부는 매년 여름철에 목함지뢰 주의보를 내리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목함 지뢰


DMZ 남측 지역 내 미확인 지뢰 지대는 97㎢로 여의도 면적의 33배에 달한다. 그나마 DMZ 북측 지역에 북한이 매설한 지뢰는 추정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양측 모두 지뢰지대를 표시한 지도가 있으나 폭우나 홍수, 산사태 등으로 유실되면서 정확도가 크게 떨어져 위험성이 높다. DMZ 내 유해 공동 발굴 전 지뢰제거가 필수적인 이유다. 실제로 2000년 남북 경의선 철도, 도로 건설 합의 이후 남측 지역에서 공사를 진행하며 총 3만 6000여발의 지뢰를 찾아내 제거한 바 있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에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은 지뢰제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 포클랜드 제도를 점령한 아르헨티나군은 2만여 발의 지뢰를 매설했다. 아르헨티나군이 철수한 직후 영국군이 지뢰제거에 나섰으나 인명피해가 속출해 1400발만 제거한 채 제거 작전을 중단하고 미확인 지뢰지대를 설정해 사람의 출입을 금지했다. 지뢰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고, 무게가 가벼워 지뢰를 밟아도 문제가 없는 펭귄들의 서식지로 바뀌었다.



군 당국도 2015년 8월 북한군 지뢰 도발 직후 지뢰 탐지 및 제거 능력 향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뢰지대 통로 개척 장비 '미클릭(MICLIC)''KM9 공병 전투차' 등을 운용 중인 군은 지뢰제거 능력을 갖춘 '장애물 개척 전차'를 2020년대 초까지 도입하고 비금속 지뢰 탐지도 가능한 신형 지뢰탐지기도 갖출 예정이다. 폭발물 탐지 제거 로봇을 개량해 지뢰제거에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드넓은 DMZ 내 지뢰지대를 제거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KM9 공병전투차


현대로템이 자체 개발한 장애물 개척 전차



이 같은 현실적 문제를 들어 DMZ 전역에서 일괄적으로 지뢰를 제거하기보다는 경의선, 동해선 철로와 도로 건설처럼 남북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특정 지역부터 점진적으로 지뢰를 제거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강원도 철원 DMZ 내 궁예도성지 공동발굴, DMZ 평화공원 조성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남은 청정지역인 DMZ 생태 환경이 지뢰제거 과정에서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DMZ 내 지뢰제거가 실현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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