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타국의 전쟁에서 거둔 뜻밖의 승리 I
- MILITARY TALK
- 2018. 8. 8. 09:00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쟁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영국에서는 '포클랜드 전쟁', 아르헨티나에서는 '말비나스 전쟁'으로 불리는 이 국지전의 승자는 영국이었다.
2차대전 이후 경제적으로 내리막길을 겪으면서 어느덧 유럽의 병자로 취급받던 영국은 이 전쟁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두어 그 위엄이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각인시켜 주었다.
포클랜드 전쟁 승리 후 개선하는 영국 원정 함대
반면 패전국 아르헨티나는 몇 십년간 계속되어온 군부 독재정권의 무능함을 온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국민들의 사기 저하와 경제적 피폐를 겪게 되었다. 결국 무모한 전쟁을 일으킨 군부의 강압적인 전횡에 고통을 받은 국민들의 저항으로 아르헨티나는 민주화를 달성하게 되었으나 세계 6대 경제 강국의 지위까지 올라갔던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런데 단지 경제적인 득실만 놓고 본다면 승자인 영국 또한 전쟁이 결코 득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작 뒤에서 재미를 보았던 나라는 따로 있었는데, 바로 프랑스였다.
프랑스가 전쟁에 깊숙이 관여하여 커다란 이익을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프랑스제 무기의 선전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아르헨티나가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를 기습 침공하자 영국은 전통의 군사대국답게 거대한 원정군을 즉시 조직하여 응전에 나섰다. 이와 같은 빠른 대응으로 전쟁 중반기 이후부터 영국은 아르헨티나를 서서히 압도해가고 있었다.
비록 지구 반바퀴를 돌아 아르헨티나의 앞마당으로 싸우러 간 불리한 구조였지만 영국의 해군력이 제해권을 장악한 덕분이었다.
특히 1982년 5월 2일, 영국의 원자력 잠수함 '콩커러'의 공격으로 아르헨티나가 보유한 유일한 순양함 '제너럴 벨그라노'가 일격에 격침당한 사건은 아르헨티나가 영국을 제대로 때려보지도 못하고 전쟁이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을 세계는 물론, 아르헨티나까지도 가지도록 만들어 버렸다.
원자력 잠수함 콩커러
침몰하는 제너럴 벨그라노 순양함
그런데 이틀 후인 5월 4일, 전 세계 군사 관계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해군이 자랑하던 최신예 방공 구축함 '셰필드'가 아르헨티나의 공격에 격침됐다는 것인데 그것도 항공기에서 발사한 공대함 미사일 단 한방에 나가 떨어졌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셰필드 구축함
그러면서 아르헨티나가 사용했던 회심의 필살기가 언론에 회자되기 시작하였는데 바로 '엑조세 대함미사일'이었고 더불어 이놈을 성공적으로 발사하였던 '슈페르 에땅따르 공격기'도 언론에 의해서 순식간에 세계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그런데 엑조세 대함미사일과 발사 플랫폼이던 슈페르 에땅따르 공격기는 모두 프랑스제였다.
엑조세 대함미사일
슈페르 에땅따르 공격기
이후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엑조세가 정확히 셰필드를 타격하였지만 탄두가 터지지는 않았고, 셰필드의 침몰은 미사일 피격 시 발생한 화재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 당시까지 최신이라고 생각하던 알루미늄 선체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던 셈이었는데 다시 말하자면 엑조세의 공격력이 좋았다기보다는 세필드의 방어력이 신통치 않았다는 의미였다.
어쨌든 당시에는 이로 인하여 영국의 충격은 매우 컸고 아르헨티나의 사기는 급속히 올라갔다. 이후 아르헨티나는 슈페르 에땅따르와 엑조세의 조합으로 민간에서 징발한 수송선 애틀랜틱 컨베이어를 격침시키는 등 재미를 보았지만 당시 보유한 총 5기의 엑조세미사일만 가지고는 전쟁의 방향을 바꾸지 못하였다.
이후 엑조세미사일과 슈페르 에땅따르는 성능 이상으로 과대평가되어 무기시장의 구매 희망 품목 1순위로 떠올랐다. 재주는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부렸지만 뒤에서 재미를 보았던 것은 프랑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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