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원조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한 대한민국
- MILITARY TALK
- 2018. 8. 11. 08:00
우리나라는 1945년 광복 이후 군대를 창설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공장을 운영하던 일본인들이 모두 귀국하면서 군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자급자족할 수 없었던 탓에 미군의 원조에 의존해야 했다.
M-1, M-2 소총과 M-1911 권총 같은 개인화기부터 M8 장갑차와 트럭, 지프는 물론 군복과 철모에 이르기까지 미군의 원조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원조는 1985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력이 성장하면서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자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하게 된다.
지난 3월 23일, 우리군은 캄보디아 군에 퇴역 예정인 군용차량 222대를 제공했다. 캄보디아는 과거 북한과 가까운 관계에 있던 국가로 북한을 고립시키는 압박 외교의 일환으로 장비가 제공된 것이다.
우리 군이 15년 동안 사용하고 퇴역시킨 K311 다목적 트럭, K511 5t 트럭, K131 전술차량, 포크레인 등 전투 지원 분야에서 쓰이는 장비들로 구성됐다.
또 지난 2013년에는 포항급 초계함 2척(군산함, 안양함)을 콜롬비아에 제공했다. 포항급 초기형에 속하는 이 함정들은 전자장비, 무장 수준 등이 뒤떨어져있으나 해군력이 미약한 남미 지역에서는 핵심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콜롬비아로 떠나는 안양함
이처럼 중고 무기들은 선진국에서는 퇴물이지만 후진국에서는 훌륭한 주력 무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후진국들을 중심으로 중고 무기를 놓고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2007년에는 우리 공군이 퇴역시켰던 A-37B 공격기를 놓고 페루와 파키스탄이 확보 경쟁을 펼친적이 있었다. 페루는 "마약 단속과 국경 경비를 위해 쓰겠다."는 입장이었고, 파키스탄은 "엔진 등 부품 조달용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들의 경쟁 속에 우리 정부는 2009년, A-37B 8대를 페루에 무상 제공했고, 이때의 인연으로 2012년, 페루에 국산 KT-1 훈련기 20대(약 2천 300억 원 규모)를 수출할 수 있었다.
2010년 레토나 지프를 도입한 페루
그러나 군이 사용하다 퇴역시킨 중고 무기를 타국에 지원하는 것은 외교관계 강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무기를 제공받은 국가가 원조국의 지원 취지와는 다른 용도인 시위 진압, 주변국 침공, 제3국 밀수출로 사용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거나 외교적 항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75년 12월,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침공했을 때, 미국은 동티모르 침공군의 일원이었던 인도네시아 공수부대가 자국제 낙하산을 사용한 사실을 감추려고 했다. 전쟁을 일으킨 군대의 전투력 강화에 도움을 준 것이 드러나면 국내외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2015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예멘 내전은 군사원조의 부작용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은 예멘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2007년부터 8년 동안 예멘 정부군에 5억 달러(5645억원) 상당의 군사원조를 실시했다. 이 기간 동안 지원된 무기는 소총, 탄약, 야간투시경, 순시선, 차량, 비행기 등 다양했다.
하지만 2015년 내전 발발로 예멘 수도 사나 주재 미국 대사관이 폐쇄되고, 미군 군사고문단이 철수하면서 이 장비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예멘 후티 반군이나 알카에다, 이슬람 국가(IS)가 장비들을 몰수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미군은 뚜렷한 증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이처럼 중고 무기를 제공하는 군사원조 프로그램의 부작용 때문에 분쟁 위험이 있는 지역에는 살상 효과가 큰 장비 지원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도 2010년과 2012년,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캄보디아에 군수품을 제공했지만 트럭과 지프, 공병장비 등 전투 지원 분야에 국한해 제공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정치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무기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군사지원을 받은 국가가 먼저 공개하기 전에는 우리 측에서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에 무상 제공된 포크레인
우리나라는 현재 북한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 많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최신 무기에 밀려 퇴역하는 무기들도 많다. 우리 군에서는 '퇴물'이지만 국방예산이 넉넉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는 귀한 선물이다.
불과 반세기 만에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하게 된 대한민국은 군사원조를 통해 우리나라의 존재감을 높이고, 외교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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