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국가들이 핵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
- MILITARY TALK
- 2018. 8. 11. 09:00
최근 북핵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핵무기는 현존하는 궁극의 비대칭 무기이자 전략 무기이다. 핵무기에 대한 관심은 전쟁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확장된 20세기 중후반부터 높아졌다.
현재 지구상에 핵무기를 실질 보유한 국가는 총 9개국으로,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외에 후발 보유국이 된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정도다.
하지만 이 중 '핵 확산 금지조약(NPT)'에 의거해 합법적으로 핵을 보유한 국가는 미, 중, 영, 프, 러 5개국으로, 인도, 파키스탄은 NPT에 서명하지 않은 상태로 핵을 보유 중이고, 이스라엘은 실제 보유 여부가 공식화되지 않았으며, 북한은 2003년경 NPT에서 탈퇴한 뒤 국제사회의 비난과 혹독한 제재를 무시한 채로 개발을 강행해 사실상 국가 경제의 파탄을 담보로 핵을 개발했다.
그렇다면 핵이라는 것이 그렇게까지 불이익을 무릅쓰고 보유할 가치가 있는 궁극의 무기일까?
미국이 비키니 섬에서 진행한 최초의 핵실험
핵무기 개발 경쟁은 냉전 시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특히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개발 경쟁은 전 세계를 냉전시대로 몰아넣을 정도로 치열했다. 하지만 두 강대국의 전쟁을 막아온 것도 그들이 갖고 있는 핵무기였다. 핵 전쟁이 시작되면 인류가 이룩해놓은 모든 것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다.
중국은 소련의 지원으로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다가 양국 관계가 소원해지게 되자 독자적으로 개발에 착수해 1964년 첫 핵 실험을 실시했다. 그 후 1966년 핵 미사일 테스트에 성공했고, 1967년에는 수소폭탄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핵 보유국의 길에 들어섰다.
인도는 1962년 중·인 국경분쟁 때 수도 함락 직전의 위기까지 갔었고, 이후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을 느낀 인도는 자체적인 핵 개발에 돌입했다.
이러한 세계 각국의 핵 개발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1958년경 미국, 영국, 소련은 상호 간 '핵 개발 중단'에 합의했으나 1961년 소련이 이를 먼저 깼고, 이때부터 미국과 소련은 경쟁적으로 본격적인 핵 실험을 실시했다.
이 핵 실험은 '소리 없는 전쟁'인 냉전 기간 중 일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됐고, 특히 소련은 1961년 사상 최대 규모의 핵무기인 50메가톤급 '차르 봄바'를 실험해 위력을 과시했다.
45km 밖에서 본 차르봄바의 버섯구름
차르 봄바는 소련의 수소 폭탄이다. 현재까지 폭발한 가장 큰 폭탄으로, 현재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결국 이들의 경쟁적 핵 실험은 돌이킬 수 없는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는 국제적 여론이 일어났고, 1963년 핵 보유국 주도로 부분 '핵실험 금지조약(LTBT)'이 체결되었다.
그리고 1968년에는 기존 5개 핵 보유국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원자력 발전소 등 평화로운 목적으로만 핵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핵 확산 금지조약(NPT)'이 체결되었다.
NPT는 1968년 핀란드를 시작으로 기존 핵 보유 5개국을 비롯해 1995년까지 사실상 거의 전 세계 국가가 서명했다. 현재까지 NPT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남수단, 그리고 가입했다가 탈퇴한 북한뿐이다.
이처럼 세계는 뒤늦게 '수평 핵 확산(핵 보유국의 양적 증가)'과 '수직 핵 확산(기 보유국의 보유 숫자 증가)'을 막아보려 노력했으나, 냉전의 종식 이후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은 보유 중인 핵 숫자를 줄이고 있는 반면 기타 국가의 보유 숫자는 오히려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말했듯 현재 사실상의 핵 보유국은 총 9개국으로, 국제사회는 수평 및 수직 핵 확산에서 모두 실패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물론 그나마 핵 확산에 대한 저지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끝났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통제에 실패한 이유는 한 번 핵무기 보유하게 되면 이를 포기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핵은 한 번 보유하게 되는 순간 결정적인 비대칭성을 달성하게 해주고, 해당 국가는 투사할 수 있는 힘의 수준이 달라지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그 나라의 군사적, 정치적 위상 자체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것이 특히 궁지에 몰려있는 국가들이 리스크를 안고서도 핵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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