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민간 여객기들

2014년 7월 17일, 우크라이나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 항공 MH17편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친 러시아 분리독립 세력이 장악한 동부 도네츠크 지역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와 미국, NATO는 이 사건을 일으킨 범인으로 친 러시아 반군을 지목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한 인물로 우크라이나 조종사 '블라디슬라프 볼로신'을 지목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그를 맹렬히 비난해왔다.


그리고 지난 4월, 이러한 압박을 견디지 못한 '볼로신'이 자살을 선택했다. 그는 러시아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관련 의혹을 끝까지 부인해 왔었다. 그가 사망하자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그를 '전쟁 영웅'으로 묘사했다.


블라디슬라프 볼로신


말레이시아 여객기의 격추 원인과 그 배후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조사단'은 이 여객기가 친 러시아 반군 점령지역에서 발사된 러시아제 부크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으며, 공대공 미사일이나 여객기 내부 폭발로 추락했을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투기가 그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했다


부크 지대공 미사일



사실 이러한 여객기 격추 참사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1983년 9월 대한항공 KAL 007편 여객기가 소련 전투기에게 격추당하는 사건을 겪은 바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한항공기는 관제사와 조종사의 실수로 정상 항로를 벗어나 소련 영공에 접근했고, 알래스카 쪽에서 날아온 이 항공기를 미 공군기로 간주한 소련 공군은 MIG-23 전투기와 Su-15 전투기를 출격시켜 요격에 나섰다.



가장 먼저 KAL 007편 인근에 도착한 MIG-23 전투기는 영공 침범에 대한 경고 사격을 가했으나, 예광탄 없이 철갑탄만 발사해 KAL 007편 조종사들은 소련 전투기의 경고를 인지하지 못했고, 결국 뒤이어 도착한 Su-15 전투기가 공격명령을 받아 미사일을 발사, KAL 007편을 격추시키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탑승객 269명 전원이 사망하는 끔찍한 참극이 벌어졌다.  



분개할 일은 이후 소련의 태도였다. 소련은 민항기 격추 이후에도 자신들은 KAL 007편이 미국 정찰기였다고 주장했으며, 심지어 KAL 007편이 민항기라고 보고했던 Su-15 파일럿의 보고를 묵살하고 격추 명령을 내렸던 당시 지휘관 '아나톨리 미하일로비치 코르누코프'는 진급에 진급을 거듭, 대장 계급까지 오른 뒤 최근 천수를 누리다가 사망했다.


아나톨리 미하일로비치 코르누코프



미국 역시 비슷한 사고를 저지른 바 있었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유조선 전쟁으로 격화되어 국제 유가를 뒤흔들던 1988년, 사태 안정화를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 출동했던 미 해군 이지스 순양함 빈센스가 이란 여객기를 격추시킨 사건이 그것이다.


이란 '메흐라바드 공항'에서 이륙해 '반다르 압바스 공항'을 경유,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공항으로 가던 이란항공 655편은 반다르 압바스 공항에서 예정 시간보다 다소 늦게 이륙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여객기의 항로 한가운데에는 빈센스함이 있었고, 빈센스함의 이지스 레이더와 미션 컴퓨터는 이 여객기를 F-14A 전투기라고 식별해 요란히 경보를 울려댔다.


이란의 기습이라고 판단한 빈센스함은 스탠더드 미사일을 발사했고, 잠시 뒤 이 여객기는 공중에서 산산 조각나 호르무즈 해협에 떨어졌다. 290명의 탑승자는 전원 사망했다.



미국 정부는 6,180만 달러를 유족들에게 보상했지만 끝내 사과하지 않았고, 빈센스함의 승조원들은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심지어 함장 윌리엄 대령은 공로훈장을 받기까지 했다.



이러한 결말이 억울했던 것일까? 9개월 뒤 로저스 대령의 부인을 향한 폭탄 테러 시도가 있었지만 그녀는 간발의 차로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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