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역사를 가진 미 해군의 침몰하지 않는 함정
- MILITARY TALK
- 2018. 9. 5. 09:00
통상 해군의 군함명은 인물명, 지역명, 역사적 사건명 등 여러 사유로 결정되는데, 그렇게 작명된 수많은 선명 중에서도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가치를 지닌 특별한 선명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우리 해군의 '충무공 이순신'과 같은 함명이 바로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영예로운 선명을 지닌 군함은 퇴역하면 새로운 군함이 그 선명을 승계하는 전통이 있다.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세계 최강 미 해군에서는 '엔터프라이즈'가 그런 경우에 해당되는데, 수많은 함명들중 가장 많이 계승 되어온 이름이며, 또한 그 이름에 걸맞게 많은 전공을 세웠던 선명이기도 하다.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
엔터프라이즈는 미국의 도시명으로 1775년 5월 18일, 영국으로부터 노획한 70톤짜리 소형 범선이 '엔터프라이즈'호로 명명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1776년 12월 20일, 역시 영국군으로부터 나포한 25톤 소형 범선을 엔터프라이즈 2호로 명명하였지만 나포된 소형 선박이었기 때문에 그리 오래 사용되지는 않았다.
3호 엔터프라이즈호는 1799년 건조된 125톤 범선이었는데, 엄밀히 말해 이 선박부터 엔터프라이즈의 영광이 시작되었다고 할수있다. 여러 차례의 전투에 참여했으며, 특히 미국 연안 해적 소탕에 투입되어 40여 척의 해적선을 격멸하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이후 1831년부터 1877년까지 3호, 4호 엔터프라이즈호를 거쳐 1917년에 6호 엔터프라이즈호가 탄생했다. 1파운드포 1문을 장비한 소형 경비정이었는데, 그동안 추세와 달리 소형선박에 '엔터프라이즈'라는 선명이 부여됐다.
그리고 1938년 5월 12일 취역한 '엔터프라이즈(CV-6)' 7호는 흔히 엔터프라이즈의 영광이라면 이 함정을 생각할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전공을 세웠으며, 전설이 된 함정이다.
태평양 전쟁에서 '미드웨이 해전' 승리의 주역이었고, 이후 수차례의 전투에서 전공을 세웠다.
현재 미 해군이 운용 중인 엔터프라이즈 8호는 1961년 11월 25일 취역한 최초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CVN-65'이다. 아직도 현역에서 활동 중이며, 8호 역시 수많은 활약을 펼쳤다.
그런데 이 무시무시한 초대형 항모가 커다란 위험에 빠졌던 적이 있었는데, 전투로 인한 것이 아닌 안전사고 때문이었다.
1969년 1월 14일, 하와이 근해에서 훈련 도중 로켓이 갑자기 오작동으로 발사되었고, 마침 주기되어 있던 다른 함재기를 피폭시켜 대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장장 4시간 동안 계속되었고,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미 해군의 비전투 항모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된다. 옆에 있던 호위 함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항모를 밀어서 다음날 진주만까지 안전하게 귀환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불멸의 항모 CV-6 엔터프라이즈도 태평양전쟁 당시 동일한 해상에서 크게 타격을 입었으나 안전하게 진주만으로 귀항하였던 적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당시 사고가 제2차 대전 때 죽은 일본군의 원혼 때문이라는 괴담도 있었으나 결론은 엔터프라이즈라는 이름은 불침의 아이콘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한편 우리 해군은 앞에서 언급한 충무공처럼 역사적인 인물 외에는 승계하여 사용할 만큼 전통 있는 함정명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런데 2009년 비록 함정명은 아니지만 함번으로 한국 해군의 전설이 될 자랑스러운 이름이 등장하였다. 1999년 발발한 '제1연평해전'과 2009년 벌어진 '대청해전'에서 연거푸 대승을 이끈 '참수리 325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참수리 325
325호가 함번이라서 함명이 되기는 곤란한 점이 있겠지만 이미 325호는 한국 해군에게 함번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훗날 퇴역하더라도 미 해군의 엔터프라이즈처럼 후속 함정에게 승계되어 계속 사용됨으로써 그 용기와 기백이 영원히 알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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