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볼 때 먹는 팝콘은 태평양 전쟁이 남긴 유산?

영화에 빠질 수 없는 간식 팝콘...

팝콘과 영화는 모두 미국에서 비롯된 문화다. 미국에서 영화관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반이었다. 1920년대 '무성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사람이 영화관을 찾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영화는 먹으면서 봐야 재미있다. 이 무렵의 영화 관객 역시 사탕이나 과자를 먹으며 영화를 봤다. 하지만 팝콘을 갖고 온 사람만큼은 입장을 막았다. 영화관을 더럽힌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하나, 팝콘은 싸구려 간식이었다. 그런 만큼 카펫 깔린 영화관에 관객이 팝콘을 가지고 들어오면 영화관 주인들이 질색했다.


그러던 중 팝콘이 대중적인 간식으로 등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1929년의 대공황이다. 실업자가 넘치는 상황에서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사람들이 만만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팝콘이었다. 그 때문에 너도나도 팝콘을 사 먹었고 대공황으로 다른 산업은 불황에 허덕였지만, 팝콘 산업은 호황을 누렸다. 영화관에 팝콘을 갖고 들어가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팝콘을 못 먹게 하는 영화관은 문을 닫았을 정도다.



하지만 팝콘이 영화관을 완전히 점령하게 된 계기는 약 10년 후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엉뚱하지만, 설탕 때문이었다.



일본은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기습에 이어 이듬해 상반기 필리핀을 완전히 점령했다. 미국의 주요 설탕 수입국이었던 필리핀으로부터 설탕 수입이 완전히 끊겼다. 또 다른 설탕 공급 기지였던 하와이에도 문제가 생겼다. 태평양전쟁으로 화물선의 절반 이상이 군용으로 징발됐고 노동력도 부족해지면서 하와이에서 공급되는 설탕도 급감했다. 미국 본토로 들어오는 설탕 공급량이 전쟁 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결과 설탕은 공업용으로 최우선 공급됐고, 그다음이 군인, 나머지가 민간인에게 배급됐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최초로 배급을 실시한 품목이 바로 설탕이었다. 


이 같은 설탕 배급은 엉뚱하게 팝콘 산업의 호황을 몰고 왔다. 영화관에서 팝콘의 강력한 경쟁자는 사탕이나 초콜릿, 과자, 달콤한 탄산음료인 콜라 등이었다. 이들은 저렴한 팝콘 값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설탕이 배급제로 바뀌면서 군수용을 제외한 모든 과자와 초콜릿, 청량음료의 생산이 타격을 받았다. 심지어 껌까지도 생산을 중단했을 정도다.




영화관에서 이런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 팝콘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전쟁의 고통을 달랠 때 먹을 수 있는 간식이 팝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영화는 팝콘을 먹으며 보는 것으로 문화가 바뀌었다. 그리고 전후 미국 문화가 세계로 퍼지면서 팝콘은 영화 관람에 필수 아이템이 됐다. 팝콘 산업에는 전쟁이 오히려 기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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