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력 전차가 지역 특산품(?)으로 전락한 이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냉전의 시작과 함께 동북아시아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대결장이 되었고, 이때 일본은 직접적으로 냉전의 영향을 받으며, 홋카이도에서 소련의 침공을 방어해야 하는 우선적인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다.


한국의 국토 면적과 비슷한 일본 최북단의 훗카이도



이에 육상자위대는 미국에서 공여 받은 'M4A3E8 셔먼 전차'와 'M24 채피 전차'를 주력으로 운용하다가 1955년부터 주력 전차의 국산화를 추진해 1961년부터 자국산 전차인 '61식 전차'를 배치했다.


61식 전차는 등장이 너무 늦었던 데다 허약한 방어력과 조악한 품질로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개발 결과물이 소련군의 'T-62'에 비해 성능이 열세하자 1962년부터 '74식 전차' 개발에 돌입했고, 1975년부터 '74식 전차'를 배치했으나, 또다시 소련군의 'T-72'보다 성능이 우위에 서지 못하자 1976년 또한번 새로운 전차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지금도 주력으로 사용 중인 74식 전차


이때 일본 방위청의 '기술연구본부(TRDI)'는 항상 주력 전차의 개발이 적 전차의 개발보다 시기적으로 늦어왔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신 사양의 3세대 전차 개발에 돌입하면서 이를 '88전차계획'으로 명명했다. 이 88전차계획 에는 미쓰비시 전기, 일본 제강소, 다이킨 공업, 후지쓰, NEC 등이 다양하게 참여했다.


그리고 1980년에 시제품 2대가 제작되었고, 이후 1988년까지 시제품 4대가 더 생산되어 독일 '라인메탈'사의 '120mm 활강포'를 장착했으며, 1989년까지 모든 평가를 마친 뒤 육상자위대는 1990년에 '90식 전차'로 명명하고 실전 배치를 시작했다.


90식 전차


육상자위대는 최초 30대 도입을 시작으로 90식 전차를 주로 '후지 기갑학교'와 홋카이도의 제7사단에 배치했다. 이후 일본의 주력 전차로 자라잡은 90식 전차는 2009년까지 총 341대가 양산되었다.


90식 전차는 항상 개발 기간 때문에 적 주력 전차보다 뒤처지게 개발됐던 이전 주력 전차들로부터의 교훈을 바탕으로 하여 세계 주요 3세대 전차에 밀리지 않는 성능을 갖춘 전차로 탄생했다.


90식 전차



하지만 철로 폭이 좁은 '협궤' 노선을 사용하는 일본 철도의 특성 때문에 차체가 크고 중량이 무거운 90식 전차는 철로를 이용한 수송에 문제가 많아 전국에서 운용하기가 용이하지 않았으므로 결국 육상자위대는 90식 전차를 많은 기동이 필요 없는 홋카이도 주둔 제7사단에 배치해 소련의 남하를 저지하는데만 사용하기로 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리마 공장에서 생산이 완료되어 철도로 수송되는 M1A2 에이브람스 전차들


이 때문에 90식은 '홋카이도 전차'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90식 전차의 또 다른 문제는 높은 요구도 때문에 개발비가 치솟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무기수출금지규제 때문에 일본의 해외 수출 판로가 막혀 있어 순전히 육상자위대 물량만으로 이윤을 회수해야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생산 말기였던 2008년을 기준으로 해도 대당 가격이 7억 9,000만 엔에 달해 어지간한 동일 등급의 전차보다 가격이 2배에 달할 정도로 월등하게 높았다.


3.5세대, 대한민국의 K-2 흑표전차


특히 90식 전차의 도입 계획은 경제가 호황이던 1980년대에 세웠으나 1991년부터 일본의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부동산 대폭락 사태가 일어났고, 1992년에는 소련이 붕괴하면서 냉전이 종식됨에 따라 방위비의 대폭적인 삭감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일본 방위청은 상대적으로 지상전 가능성이 적은 일본 환경을 고려해 기갑 자산의 도입을 줄였으며, 1990년부터 2009년까지 연평균 19대씩만 소량 도입해 총 341대로 양산을 종료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도입 비용에 비해 적은 도입 수량과 수송·기동의 한계 때문에 방위청 기술연구본부는 90식 전차에 대한 업그레이드나 개량을 실시하는 대신 그 예산으로 별도의 전차 개발을 추진했으며, 그 결과 '10식 전차' 개발로 이어졌다.


10식 전차



10식 전차는 2012년부터 육상자위대에 실전 배치를 시작했으며, 90식 전차보다 차체가 작고 장갑이 가벼운 대신 기동성이 증가하고 수송이 용이해 지금도 주력으로 사용중인 '74식 전차'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