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무사고 기록을 보유한 우리 해군의 잠수함 전력

"너무 깜깜하지만 감각으로 쓴다. 살 가망은 없을거다. 누군가 이 글을 읽기를 바란다. 모두에게 안부를, 절망할 필요도 없다."



2000년 8월 12일, 러시아 북해함대 소속 핵잠수함 '쿠르스크호'는 바렌츠해에서 훈련 도중 어뢰 2발이 연쇄 폭발하면서 침몰했다.



초당 9만 리터의 바닷물이 잠수함으로 밀려들면서 해저 108m 지점에 가라앉은 쿠르스크호를 구하기 위해 러시아 해군은 서방측의 지원까지 수용하면서 총력전에 나섰으나 승조원들은 전원 사망했다.



승조원 중 한 명이었던 '드미트리 콜레스니코프' 대위가 죽기 직전 남긴 이 메모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우리나라는 장보고급 잠수함이 처음 도입된 1993년 이래 25년 동안 단 한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은 대기록을 가지고 있다. 1900년 잠수함 탄생 이후 전쟁이 아닌 사고로 침몰한 잠수함이 200여척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5년 무(無)사고 기록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성과다.



우리 해군이 보유한 장보고급 잠수함은 독일제 '209(1200t)'급 잠수함을 한국 실정에 맞게 개량하여 도입한 우리 해군의 첫 번째 잠수함이다.


이후 우리의 기술로 탄생한 최초의 국산 잠수함 장보고급 2번함 '이천함'과 3번함 '최무선함'이 건조되었고, 1993년부터는 교육 훈련대, 수리창, 보급소 등을 건설하면서 잠수함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결과 1번함 장보고함은 2004년 8월 '환태평양훈련'에서 미국 해군 핵항공모함 '존 스테니스'를 비롯한 30여 척의 함정을 가상 격침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4번함 박위함도 2004년 4~8월 환태평양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하와이까지 2만 5000㎞를 한 번도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항해하는데 성공했다.


장보고급 잠수함 박위함



이처럼 장보고급 잠수함은 우수한 잠수함이었지만 축전지 충전에 필요한 공기 확보를 위해 2∼3일에 한 번씩 수면 가까이로 부상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한 잠수함이 '손원일'급 잠수함이다.


1960년대부터 209급 잠수함을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해 잠수함 시장을 석권했던 독일이 해외 수출용으로 개발한 '214(1800t)'급 잠수함을 국내에서 건조한 모델인 손원일급 잠수함은 외부 공기를 통해 축전지를 충전하지 않고도 2∼3주간 수중을 항해할 수 있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를 갖춰 장보고급보다 수중 작전 능력이 3~5배 향상됐다.



현재 우리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장보고-Ⅲ 사업은 2029년까지 약 7조 원을 투입해 원거리 작전이 가능한 3000t급 디젤 잠수함 9척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3000t급 잠수함이 도입되면 해군의 수중 작전 능력은 지금보다 한 단계 높아질 전망이다.



잠수함의 운용을 위한 해군의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잠수함 사고는 다수의 인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사고이기 때문에 유사시 신속한 구출과 안전 운항을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주요 잠수함 운영 국가들은 '심해구조잠수정(DSRV)'을 탑재한 잠수함 구조함을 함께 운용하고 있다. 우리 해군도 1996년 12월 잠수함 구조함 '청해진함(3200t급)'을 건조해 운용 중이다.



청해진함에 탑재된 심해잠수구조정은 수심 457m까지 잠항해 1회에 10명까지 구조할 수 있다. 하지만 함미에 설치된 A자 형태의 구조물을 이용해 심해구조잠수정을 바다로 내려보내는 방식을 적용해 파고 2m 이상의 악천후 상황에서는 운용이 어렵다.



방위사업청은 2022년까지 청해진함보다 성능이 개선된 차기 잠수함구조함(5200t급)을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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