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미국의 걸작기 P-51

무기의 개발을 이끄는 첫째 당사자는 정부다. 정부의 지원 아래 방산업체는 최고 성능의 무기 획득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개인의 욕심 즉, 이익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본성이 개입되면서 예상치 못한 걸작이 등장하기도 한다.



1928년 설립된 후, 주로 소형 군용기 제작에 주력한 '노스아메리칸(현재 보잉에 흡수)'의 '킨들버거' 사장도 그런 인물 중 하나였다.


James H. Kindleberger


1930년대 들어 유럽에 전운이 고조되자 그는 재빠르게 행동에 나섰다. 당시 미국은 유럽 사태에 철저히 중립을 고수하고 있었지만 '킨들버거'는 전쟁이 발발한다면 지난 1차세계대전처럼 결국 미국도 참전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미국의 정책 당국자, 특히 군부도 그 가능성을 예견하고 물밑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에 킨들버거는 노스아메리칸 자체 자금으로 'NA-73'으로 명명한 전투기 개발에 착수했다. 지금은 워낙 많은 비용과 기술이 소요돼 전투기 개발이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됐지만, 필요한 기술 수준이나 개발 비용이 그다지 크지 않았던 1960년대 이전만 해도 항공기 제작사 자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노스아메리칸의 엔지니어인 '에드가 슈무드'가 이끄는 개발팀은 공기 저항 감소에 유리하도록 '주익'의 가장 두꺼운 부위가 중앙에 위치한 라미나 윙(Laminar wing) 구조를 채택했다.


주익 : 비행기 동체의 좌우로 뻗은 날개 중 가장 큰 날개


당시까지는 그다지 많이 채용하지 않은 신기술이어서 한편으론 무모해 보였지만 '슈무드'는 속도와 항속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런 개념 연구를 바탕으로 '킨들버거'는 미 공군에 'NA-73'의 도입을 정식으로 제안했으나 당시 미국은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어차피 대양 건너 유럽에서 일어날 것이니 전투기보다 폭격기를 중시하고 있었다. 당연히 킨들버거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NA-73기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기술을 더욱 갈고닦으며 기회를 기다렸다.



한편 1939년,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를 강제 병합하자 영국은 유화정책을 포기하고 본격적인 전쟁 대비에 나섰다. 독일에 비해 전투기 전력이 뒤졌던 영국은 서둘러 '스피트파이어' 전투기 양산에 착수했지만 당장 전력 격차를 메우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해외에서 전투기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의 스피트파어 전투기



당시 영국이 전투기를 살 수 있던 곳은 미국밖에 없었다. 동맹국 프랑스는 제 코가 석자였고 적성국인 독일·일본·소련은 제외 대상이었다. 미국은 중립국이었지만 영국에 호의적이었고 상업적 거래로 무기를 판매하는 데도 크게 제한을 두지 않았다.


미국에 파견된 전투기 구매사절단은 당시 미 육군의 주력기인 'P-40'을 대상 기종으로 선정했다.


P-40


그러나 P-40의 생산자였던 '커티스'는 내수 물량을 대기에도 벅찬 상황이었다. 이에 사절단은 마침 'B-25 폭격기' 판매를 로비하러 온 '킨들버거'에게 노스아메리칸에서 P-40을 하청 생산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1930년대 후반 노스아메리칸에서 제작된 'B-25 폭격기'


킨들버거는 넉 달의 시간만 준다면 더 뛰어난 전투기를 보여주겠다고 역제안을 했다. NA-73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밑질 것이 없다고 판단한 사절단이 제안을 수용했고, 1940년 10월 26일, 117일 만에 NA-73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NA-73을 실험한 영국은 요구 성능을 모두 상회하자 '머스탱 Mk. I'이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예정보다 많은 320기를 주문했다. 이렇게 등장한 전투기가 바로 역사상 최강의 프로펠러 전투기 중 하나인 'P-51 머스탱'이다.


P-51 머스탱



P-51의 최초 납품분은 고고도에서 성능이 저하되는 약점을 보였지만 영국의 롤스로이스 멀린 엔진을 장착하면서부터 가히 최고의 전투기가 됐다.


일본의 진주만 급습 후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좋은 전투기가 없어 고민하던 미국은 자신들이 이미 최고의 전투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P-51 머스탱은 곧바로 P-51이라는 이름으로 미 공군의 주력 전투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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