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보유한 공격 헬기 '아파치 가디언'의 도입 비화 I

우리 육군은 아파치 공격 헬기 소요를 제기한지 26년 만에 드디어 아파치 공격 헬기의 최신 버전인 '아파치 가디언(AH-64E)'을 인도받게 됐다.



도대체 무슨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소요제기부터 인도까지 26년이나 걸렸을까?


한국군에 인도되고 있는 아파치 가디언


육군에게 있어 아파치는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물건이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형 공격 헬기 도입 소요를 제기했지만 언제나 예산이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2012년에 있었던 대한민국 육군의 차기 공격 헬기 도입 사업에서는 아파치 가디언(AH-64E)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공개입찰 공고를 내고 경쟁자도 여러 차례 세웠다.


미 해병대가 사용하고 있는 '바이퍼'부터, 터키의 'T-129 ATAK', 유럽의 '타이거', 심지어 남아공의 '루이벌크'와 러시아의 '엘리게이터'까지 경쟁에 참여했다. 각 제조사들은 한국 육군의 아파치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대단한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파격적인 조건들을 제시했다.


한국 내 공장에서의 면허생산이나 기술이전, 절충교역 등에서 한국의 구미가 당길만한 미끼들이 던져졌는데 특히 루이벌크를 제시한 남아공의 제시 조건은 파격을 넘어 충격적이었다.


남아공의 루이벌크


아파치 헬기의 반값에 기체는 물론 부품과 생산라인, 관련 기술의 지적 재산권까지 넘기겠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루이벌크는 기술적 신뢰도와 후속 군수지원 등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고, 후보 기종에서 탈락했다.


가장 마지막까지 후보로 살아남았던 기종은 미 해병대가 사용하는 바이퍼와 터키의 T-129 ATAK이었다. 이들 두 기종은 아파치보다 싼 가격을 메리트로 적극적인 구애를 벌였다.


터키의 T-129 ATAK


미 해병대의 바이퍼



대당 1억 달러(약 1180억원)를 호가하던 '아파치 가디언'과 달리 바이퍼의 가격은 대당 7200만 달러(약 850억원), T-129의 가격은 대당 약 3800만 달러(약 448억원)였기 때문에 최저가 낙찰 방식을 적용하면 T-129의 선정이 유력해 보였다.


특히 터키는 당시 우리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던 약 20조원 규모의 터키 원전 사업을 미끼로 T-129 기종 선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T-129은 저렴하기는 했지만 육군의 작전요구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소형 공격 헬기였기 때문에 T-129 도입이 유력해지자 군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2년 말에 기적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 육군이 그토록 갈망하던 아파치 가디언(AH-64E) 헬기가 미 육군의 대량 구입이 결정되고, 대만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도입을 결정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아파치 가디언(AH-64E)


여기에 주한미군에 주둔하던 아파치 대대 철수에 따른 대체 전력 요구 등 우리 군이 협상을 유리하게 주도하면서 최초 제시 가격의 절반 수준까지 가격을 떨어뜨리는데 성공했다.


당시 아파치의 일반적인 해외 판매 가격이 700억~1000억원을 호가했고, 일본이 아파치 가디언 헬기의 구형 기종을 대당 1800억 원이 넘는 가격에 구입한 것을 감안하면 제조사 보잉이 제시한 대당 500억 원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이렇게 되자 각 후보 기종들의 대당 가격은 아파치 가디언<약 500억 원>, 바이퍼<약 600억 원>, T-129<약 400억 원> 수준에서 형성되었고, 다른 두 후보 기종보다 압도적인 성능 우위에 있는 아파치 가디언이 최종 선정되면서 육군은 오랜 숙원이던 아파치 도입에 성공했다.


한국군에 인도되고 있는 아파치 가디언



26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는데 성공한 아파치 가디언<AH-64E>은 2016년에 첫 번째 기체가 육군에 인도되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2018년까지 육군 항공작전 사령부에 36대가 배치되어 그동안 지적되던 전략적 취약점들을 상당 부분 커버하는 히든카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