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들이 러시아를 기피하는 이유 II
- MILITARY TALK
- 2018. 7. 26. 09:00
지난 2008년 9월, 케냐로 향하던 우크라이나 선적 'MV 파이나호(MV Faina)'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되었다. 이 배에는 러시아제 T-72 전차 33대, RPG-7 대전차 로켓과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등 약 3,000만 달러어치의 무기가 실려 있었다.
해적들은 파이나호 승무원 21명의 석방 대가로 3억 5000만 달러를 요구했다. 승무원 중에는 러시아인 4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격분한 러시아는 인근에 있던 미사일 호위함 '뉴스트라시미(RFS Newstrashimyy)'를 현장으로 급파했고, 소말리아 정부에 파이나호를 납치한 해적들에 대한 교전권을 받아낸 뒤 무력 진압 작전을 준비했다.
러시아는 소말리아 해적 거점에 포격을 퍼붓고 특수부대를 투입해 승무원들을 구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인명 피해를 우려한 우크라이나가 해적들에게 몸값을 지불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고, 인질과 해적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2년 뒤인 2010년 5월, 소말리아 해적들이 러시아 유조선 '모스코브스키 유니베르시테트호(Moskovski Universitet)'를 납치했다.
러시아는 즉각 구축함과 특수부대를 투입해 구출 작전을 벌였고, 해적 1명을 사살하고 10명을 체포했다.
과거 우리나라가 삼호 쥬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들을 체포해 국내 법정에 세웠듯이 체포된 해적들은 법정에 세워 재판을 받게 하고 징역형에 처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지만, 러시아는 체포된 10명의 해적을 훈방 조치했다.
대단히 인도적인 조치 같았지만, 이 '훈방 조치'는 대단히 잔인한 처벌이었다.
해적들은 맨몸으로 고무보트에 태워져 훈방되었는데 문제는 훈방된 장소가 해안에서 약 500km 떨어진 공해상이었다는 것이다. 작은 어선이 망망대해에서 해안을 찾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비인도적인 조치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항의했지만, 러시아는 "우리는 훈방이라는 인도적 조치를 취했지만, 국제법 어디에도 해안이나 육지에서 훈방하라는 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훈방 후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해적들의 생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후에도 러시아는 자국 선박 또는 자국민이 탑승한 선박을 대상으로 해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즉각 무력을 동원해 해적들을 사살하거나 해적선에 집중 사격을 퍼부어 벌집을 만들어 버리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학습 효과?로 인해 소말리아 해적들은 러시아 깃발이 게양된 선박은 가급적 피했다. 러시아 선박에 위해를 가하면 얼마나 잔인한 보복이 돌아오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MILITARY TALK'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이 보유한 공격 헬기 '아파치 가디언'의 도입 비화 I (0) | 2018.07.28 |
---|---|
상비군 3만의 스웨덴이 방산 강국에 등극한 사연 (0) | 2018.07.27 |
'테러리스트'들이 러시아를 기피하는 이유 I (0) | 2018.07.26 |
타국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미국의 걸작기 P-51 (0) | 2018.07.25 |
타국에 무궁한 영광을 충성하는 세계의 외인부대들 (0) | 2018.07.24 |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