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수함은 대한민국에 정말 필요한 전력인가?

지난 2016년,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 성공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북한 잠수함을 잡기 위해서는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핵잠수함 도입론'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현재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 6개국뿐이다.



핵잠수함은 핵무기 장착 여부와 관계없이 핵분열 에너지로 움직이는 잠수함을 가리킨다. 산소 공급이 필요 없어 50일 이상 잠항하며, 시속 30~50㎞의 속도로 5만㎞ 이상을 이동할 수 있다. 1회 연료 공급으로 지구 일주가 가능하다.


재래식 잠수함이 산소 공급을 위해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는 고래라면, 핵잠수함은 무제한으로 바다를 누비는 상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핵잠수함은 대한민국에 정말 필요한 무기인가?



원자력 잠수함은 장기간 잠항이 가능하므로 대양을 건너 원거리 작전을 하거나 전략 핵무기를 싣고 장기간 심해에 숨어 있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큰 소음이 결정적 약점이다.


잠수하더라도 원자로를 정지할 수 없고 냉각시스템과 스팀터빈의 소음을 줄이기 어려운 데다 원자로 냉각 후 배출되는 온수는 물 위에 긴 흔적을 남긴다. 덩치가 클수록 많은 무기를 적재할 수 있는 대신 대잠초계기나 수상 함정의 소나에 탐지될 가능성도 크다. 또 얕은 수심에서는 기동하기 어렵고, 소형 디젤 잠수함의 공격에 취약하다.



이와 반대로 디젤 잠수함은 엔진을 끄고 배터리로 잠항하므로 소음이 없다. 크기가 작을수록 대잠초계기나 수상함이 탐지하기 어렵고, 이런 은밀성 때문에 수심이 얕은 연안에 매복할 수 있다. 적 잠수함과 수상 함정을 공격하는 데는 최고의 수단이다.


다만 배터리 용량 때문에 잠항 시간이 제한되는 약점이 있는데 'AIP(공기불요 추진장치)'를 장착한 잠수함의 경우 재충전 없이도 2∼3주간 잠항이 가능하다.


잠망경과 환기 파이프만 수면 위로 내미는 스노클링으로 산소를 재충전하면 50일간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이러한 디젤 잠수함의 위력은 훈련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캐나다 호주 등의 디젤 잠수함이 훈련 상황에서 미 항공모함과 원자력 잠수함을 가상 격침한 사례가 있었다.



특히 2004년 림팩훈련에서는 한국의 '장보고(209급)' 잠수함이 미국의 '존스테니스' 항모와 이를 호위하는 이지스 구축함 및 순양함 각 2척을 포함한 30여 척의 함정을 가상 격침하고도 훈련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탐지되지 않은 것은 미 해군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실제 상황에서도 2006년 중국의 디젤 잠수함이 미 항모 '키티호크'에 타격 거리까지 탐지되지 않고, 접근한 적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18척의 버지니아급 원자력 잠수함 건조 예산 290억 달러로 'AIP' 장착 디젤 잠수함 30척을 건조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북한의 열악한 잠수함전 능력으로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을 찾아낼 능력이 없다. 엔진을 끄고 매복한 잠수함은 고사하고 3일에 한 번씩 스노클링 하는 것도 탐지하기 어렵다. 탐지된다 해도 우리 잠수함은 북한 함정 14척을 흔적도 없이 격침할 정도의 무장을 하고 있다.



북한 잠수함을 잡으려면, 기지 이탈 순간부터 밀착 감시하는 한편 잠수함이 다니는 길목에 매복해 있어야 한다. 이런 임무 수행에는 작고 민첩한 '장보고(209급)'급 잠수함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원전 강국인 한국이 핵잠수함 개발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원자력함 개발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여기에 비용도 걸림돌이다. 현재 건조 중인 장보고-Ⅲ는 대당 가격이 8000억 원에 달한다. 건조 과정이나 무장체계를 장착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로를 설치하기 위해 설계를 변경할 경우 장보고-Ⅲ의 가격은 최소 1조 5,000억 원으로 오를 것"이라며 "여기에 핵추진 잠수함에 들어가는 각종 무장과 장비들이 추가될 경우 완제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핵 관련 기술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현실화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기조에 따라 핵 관련 무기를 제한하고 있고, 주변국들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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