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미그 전투기에 영국산 엔진이 장착된 사연
- MILITARY TALK
- 2018. 8. 16. 09:00
항공기 엔진은 최고의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다 보니 세계적으로 제작 업체가 그다지 많지 않다.
현재 이러한 엔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 러시아 정도이며, 많은 국가들이 엔진 기술 확보를 위해 사방팔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쉽게 확보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최신예 전투기에 장착되는 고성능 엔진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특히 이들 국가 중 영국의 '롤스로이스' 엔진은 역사도 100년이 넘었고, 꾸준히 좋은 제품을 만들다 보니 역사적으로 상당히 재미있는 일화를 만들고는 했는데, 그중에는 역설적이지만 적을 돕는 아이러니를 연출한 사례도 있었다.
전투기 뿐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민항기 제작에 사용되는 롤스로이스 엔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이전의 소련은 항공기 분야를 선도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특히 제트 전투기의 기술 기반이 취약했는데, 이것은 전후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데 있어 공산권 맹주 역할을 하던 소련이 미국에 주도권을 뺏길수도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에 소련은 나치 독일의 'Me 262' 제트 전투기에 사용된 융커스 '유모 004' 엔진을 노획해 복제했지만 출력 부족 문제로 차기 제트기의 심장으로는 적당하지 않았다.
Me 262는 2차 세계대전 막바지 무렵인 1943년, 나치 독일에 의해 탄생한 제트 전투기다.
그런데 전혀 엉뚱한 곳에서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1946년, 영국이 2차 세계대전의 동맹국이었던 소련에 우호의 증표로 최신형 제트 엔진인 롤스로이스 '넨' 엔진을 선물한 것이다.
영국은 1937년 세계 최초로 제트 엔진의 실용화에 성공한 나라답게 이 분야에서는 앞선 노하우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넨 엔진이 사용된 영국 최초의 제트 전투기 글로스터 미티어
그런 영국이 소련산 제트 엔진의 추력을 2배나 상위하는 고성능의 최신 넨 엔진을 선뜻 제공한 것이다. 이는 소련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행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영국 군부가 극렬히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차 적으로 등장할 것이 확실시되던 공산국가에 전략 물자를 제공한 정치가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었다.
이렇게 소련으로 건너간 넨 엔진은 마침 새 비행기의 동체 시험까지 완료했지만 고민을 거듭하던 소련에 좋은 선물이 됐고, 소련의 미그 설계국은 굴러 들어온 호박을 신형 제트기에 장착해 실험한 결과 최고의 성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순식간에 고민이 해결된 소련은 넨 복제에 전력을 기울여 클리모프 'RD-45' 엔진을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넨 엔진의 짝퉁을 바탕으로 소련의 항공기 제작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불과 5년 만에 짝퉁 넨을 장착한 신예기가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한국전쟁 당시에 갑자기 등장해 서방 세계를 경악시킨 '미그 15' 전투기다.
미그-15
예고도 없이 등장한 정체불명의 이 제트 전투기는 미국은 물론 영국도 애를 먹게 했고, 이후 소련은 군용기 분야에서 미국과 유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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