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절감을 위한 이스라엘의 특별한 도전
- MILITARY TALK
- 2018. 8. 17. 09:00
지난 2017년 4월, 이스라엘의 '텔 노프'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1대가 이륙했다. 이 전투기는 이스라엘이 도입한지 40여 년 가까이 된 낡은 F-15 전투기였는데, 전투기의 이륙과 동시에 지상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텔 노프 공군기지에서 이륙 중인 F-15 전투기
사실 이 낡은 전투기는 현재의 이스라엘 공군 전력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스라엘에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I'를 비롯해 우리 공군의 F-15K보다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F-15I', 그리고 미 공군 F-16의 성능을 능가하는 'F-16I' 등 다양한 고성능 전투기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F-35I
F-16I
그러나 기체 번호 122번의 이 낡은 F-15 전투기는 이스라엘의 항공 기술력이 얼마나 무서운 수준에까지 도달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고, 현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이 전투기는 지난 2011년, 임무 비행을 위해 이륙한 직후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를 당했다.
버드 스트라이크란 문자 그대로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사고를 의미하는데, 이 전투기는 정말 운이 나쁘게도 엔진 공기흡입구에 큼직한 '펠리컨'이 빨려 들어가는 대형 사고를 당했다.
펠리컨은 몸길이가 1.4~1.8m에 달하는 대형 조류이기 때문에 이 새가 빨려 들어간 엔진은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곧 불길이 치솟았다.
이 전투기에 탑승하고 있던 조종사 2명은 침착하게 기체를 불시착시키고 탈출했으나, 엔진을 비롯해 기체 후방 부분은 심하게 불에 타 형상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됐다. 하지만 도입 당시 약 4000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했고, 불과 몇 년 전에 성능개량 사업으로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불에 탄 부분은 전투기 후방동체 부분으로 레이더나 항공전자 장비 등 전투기 전방 부분은 멀쩡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어떻게든 이 전투기를 살려보고자 했다.
그러나 이 전투기의 제조사인 '보잉'은 물론 '록히드마틴' 등 세계 유수의 전투기 메이커들은 이런 상태의 전투기를 재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스라엘 공군이 이 전투기의 폐기 처분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중 항공기의 개량 및 유지 보수 임무를 담당하던 '제22정비창'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2대의 죽은 전투기를 이어 붙여서 1대의 살아있는 전투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제22정비창은 기체 노후화에 따라 퇴역해 장기 보관 중이던 F-15A 기체 하나를 창고에서 꺼내왔다. 이 전투기 역시 사고로 손실을 입은 기체로 지난 20여 년간 창고에 보관되던 기체였는데, 공교롭게도 이 전투기는 엔진과 후방 동체 부분은 멀쩡했다.
이로써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로 후방 동체가 완전히 파손되었지만 전방 동체의 레이더와 조종석 등은 멀쩡했던 F-15B와 전방 동체는 손상되었지만 엔진과 후방동체는 멀쩡했던 F-15A의 합체가 결정됐고,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리고 지난 수십여 년 간 전투기 정비와 개량사업을 통해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던 정비창 요원들은 몇 개월간의 작업 끝에 이들 전투기 2대를 접합하는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이 전투기를 다시 창공에 날려 보내는데 성공했다.
다시 태어난 이 기체는 새로운 기체 번호 122번을 부여받고 이스라엘 공군으로 복귀했다.
이번 작업을 주관한 '제22정비창'장 '맥심 오가드' 중령은 "전투기 재생 작업에는 100만 달러도 들지 않았으며, 만약 이러한 전투기를 새로 구입하려고 했다면 4,000만 달러 이상 들었을 것"이라며 이번 도전의 성공을 자랑스러워했다.
이처럼 분야를 가리지 않는 개조·개량 경험이 축적된 덕분에 현재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 제조 기술을 가진 국가로 평가된다. 비록 이번 사례가 보여주기식 이벤트성에 불과할지라도 방산 비리가 만연한 우리군에 있어 '국민의 세금은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이스라엘의 이런 모습은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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