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신예 전투기가 판매량 0을 기록한 사연
- MILITARY TALK
- 2018. 8. 23. 09:00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1955년, 미국의 대표적인 방위산업체 '노스롭(현 노스롭그루만)'은 정부로부터 동맹국에 무상이나 헐값으로 원조헤 줄 수 있을 만큼 저렴하고, 정비도 용이한 전투기 제작을 의뢰받는다.
이때 개발된 것이 우리와도 인연이 각별한 'F-5A/B'였다. F-5A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20여 개국에 650대 이상 공급이 되어 비록 넉넉하지 않은 성능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팔린 경량 전투기로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 F-5 전투기
그리고 1980년대에 들어 제4세대 전투기가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F-5 전투기를 사용하던 여러 나라들이 미 공군이 운용 중인 F-16에 관심을 보였다. 뛰어난 성능과 함께 대외 판매에도 적극적인 F-16은 곧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공군의 베스트셀러로 부상했다.
F-16
이처럼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전투기 시장에 관심을 가진 노스롭은 굳이 미 공군에 납품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전 세계에 F-5 시리즈가 많이 깔린 점을 고려하여, 이들 교체 물량만 확보하면 충분히 수지 타산이 맞을 것이라는 계산으로 F-5를 좀 더 파워풀하게 재설계한 후계기를 자사부담으로 개발하게 된다. 단지 마케팅 측면에서만 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수차례 설계 변경 끝에 1982년 8월, 'F-5G'가 탄생하였는데, F-16 보다 늦게 개발됨으로써 각종 전자장비, 무장 수준, 작전 능력은 당시 F-16 모델보다 좋았던 것으로 평가됐다.
미 공군은 F-16, 미 해군은 F/A-18을 주력 전투기로 이미 채택한 상태여서 F-5G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으나 그 뛰어난 성능만큼은 인정하여 1982년 11월, F-5G에게 'F-20'이라는 F-5 계열과는 전혀 다른 별도 제식 부호를 부여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노스롭은 3대의 시제기를 제작했고, 적극적인 해외 세일즈에 나서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F-20의 뛰어난 기동력을 선보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그 당당한 첫 번째 무대는 기존 F-5 시리즈의 최대 사용국 중 하나이며, 신형 전투기 도입을 고려 중이던 우리나라였다.
수원 비행장에 도착한 F-20
그러나 1984년 10월 10일, F-20 전투기는 수원비행장에서 날렵한 공중 기동을 선보이던 중 한기가 엔진 이상으로 추락하여 폭발하고, 조종사가 사망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면서 한국 판매는 없었던 이야기가 되었다.
절치부심하던 노스롭은 기기 결함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이듬해 5월 14일 캐나다 '구즈배이'에 있었던 에어쇼에 나타나 F-20의 우아한 자태를 뽐냈으나 여기서 또다시 추락하는 불운을 맞보았다.
이러한 연이은 사고로 결국 1986년 11월, F-20 개발 사업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고, 세계적인 전투기로 만들려던 노스롭은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몰골이 처참해진 F-20은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한채 박물관으로 직행하게 된다.
무기는 대박이 날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지만 끝판에 다 날릴 수도 있는 리스크가 큰 상품이기도 하다. 아마 그래서 무기가 유별나게 비싼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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